Robust AAC란? AAC·PECS를 써도 아이가 우는 이유와 먼저 넣어야 할 말
라라언어클리닉2026-10-06
안녕하세요. 온라인 언어치료하는 라라입니다.
AAC나 PECS를 쓰고 있는데도 아이가 자주 운다면, 아이 탓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말을 먼저 살펴봐야 해요. 지금 꼭 하고 싶은 말이 빠져 있거나, 그 말을 만들기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너무 많을 때 아이는 포기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Robust AAC예요.

초등학교 2학년 레오는 왜 폭발했을까요?
AAC 부모교육에서 만난 레오 이야기부터 할게요. 레오에게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식사 뒤의 간식이었습니다.
그날도 레오는 밥그릇을 비웠어요. 엄마와 약속한 사탕 차례지요. 레오가 AAC에서 고른 말은 '주세요'였습니다.
엄마는 알면서도 "뭐?" 하고 되물었어요. 이어서 사진 여러 장을 펼쳐 놓고 그중에서 고르게 했습니다.
레오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어요. 이 집에서는 흔한 장면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나쁜 뜻은 없었어요. 낱말을 하나라도 더 연습시키고 싶었던 거지요. 하지만 레오 쪽에서 보면 이미 한 말을 못 알아들은 척하는 어른 앞에 서 있었던 셈입니다.
AAC와 PECS를 쓰는 목적이 무엇이었나요?
왜 쓰시느냐고 여쭤보면 답은 거의 같아요. 아이가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해서, 덜 답답했으면 해서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면 계획표가 앞에 섭니다. 이달에는 '주세요' 익히기, 다음 달에는 낱말 두 개 잇기 같은 식이에요.
아이의 사정은 다릅니다. 사탕은 지금 먹고 싶고, 편의점은 지금 가고 싶고, 이 일은 지금 내 손으로 하고 싶어요. 한 달 뒤가 아니라 오늘 필요한 말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순서를 이렇게 잡아요. 답답함을 풀어 주는 일이 첫째이고, 언어를 늘리는 일은 그다음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통하는 경험이 쌓이면 언어는 자연히 뒤따라옵니다.
Robust AAC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
Robust는 '탄탄하다'는 뜻이에요. 하고 싶은 말을 중간에 막히지 않고 할 수 있는 AAC를 가리킵니다. 구성 요소는 세 가지예요.
- 핵심 어휘: 상황을 가리지 않고 쓰는 말이에요. '먹어', '가', '줘', '싫어' 같은 낱말입니다.
- 부수 어휘: 그 아이의 하루에 실제로 등장하는 이름들이에요. 레오에게는 '사탕'과 '편의점'이지요.
- 글씨: 판에 실려 있지 않은 말도 스스로 써서 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셋 중 하나만 빠져도 말이 끊겨요. 핵심 어휘만 실린 판에서 레오는 '먹어'까지는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먹고 싶은 것의 이름인 '사탕'이 없어요.
연구도 같은 점을 말합니다. Laubscher와 Light(2020)는 핵심 어휘 목록이 어린아이가 가장 먼저 익히는 낱말들과 잘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아이가 처음 배우는 말은 대개 자기가 좋아하는 대상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낱말을 하나씩 늘어놓게 하면 왜 힘들까요?
'밥', '먹다', '그래서', '사탕', '주세요'. 이 다섯 장을 차례로 찾아 줄 세워야 사탕 하나를 받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문장을 짜 맞추다가 지쳐서 그만두는 아이가 많아요. 기기나 그림판을 밀쳐 내고 바닥에 드러눕기도 합니다.
두 종류의 어휘가 함께 있으면 레오는 '사탕 먹어' 한마디로 뜻을 전해요. 엄마가 곧바로 알아차리니 울 일이 한 번 줄어듭니다.
조금 더 나아갈 수도 있어요. '밥 먹었으니까 사탕 주세요'가 통째로 준비되어 있으면 레오는 이유까지 댈 수 있습니다. 그 순간 레오는 조르는 아이에서 약속을 기억하고 있는 아이로 보이기 시작해요.
낱말을 쪼개서 배우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먼저 챙길 것은 'AAC로 말했더니 됐다'는 효능감이에요.
AAC에 어떤 말부터 넣어야 하나요?
고쳐야 할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AAC 안의 말이에요. 저는 아래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 내 뜻을 알리는 말이 있나요? 예: "내가 하고 싶어요!"
- 먼저 청하는 말이 있나요? 예: "편의점 가자"
- 까닭을 붙이는 말이 있나요? 예: "밥 먹었으니까 사탕 주세요"

어른이 골라 둔 대답만 있는 AAC는 금방 쓸모를 잃어요. 아이 입에서 나오고 싶어 하는 말이 실려 있어야 합니다.
집에서 내일 해 볼 수 있는 것은요?
하루만 관찰해 보세요. 아이가 울었거나 어른 손을 끌고 간 장면을 세 번 적습니다. 그 옆에 '이때 하려던 말은 무엇이었을까'를 한 줄씩 붙여 주세요.
저녁에 AAC를 열어 그 세 가지가 들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빠져 있다면 그것이 가장 먼저 넣을 말이에요.
이미 AAC를 쓰고 있는 가정이라면 한 가지를 더 물어보세요. 지금 나는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고 있나요, 아이의 불편을 덜어 주고 있나요?
Robust AAC가 더 궁금하다면
라라언어클리닉은 온라인 언어치료와 AAC 부모교육에서 아이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을 AAC에 먼저 담는 일부터 시작해요.
우리 아이에게 맞는 AAC가 궁금하시면 언제든 라라언어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라라였습니다.
글쓴이 조연주(라라) · 1급 언어재활사, ICDL DIR플로어타임 Expert 트레이닝 리더 · 라라언어클리닉
참고문헌
- Laubscher, E., & Light, J. (2020). Core vocabulary lists for young children and considerations for early language development: A narrative review.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36(1), 43–53.
- Light, J., McNaughton, D., & Caron, J. (2019). New and emerging AAC technology supports for children with complex communication needs and their communication partners: State of the science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s. 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35(1), 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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