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읽는데 영어만 못 읽는 아이, 영어 난독일까요?
라라언어클리닉2026-08-13
안녕하세요. 온라인 언어치료하는 라라입니다.
한글은 읽는데 영어 읽기만 유독 안 된다면 영어 난독일 수 있어요. 영어는 글자와 소리의 대응이 불규칙해서, 한글에서는 가려져 있던 읽기의 어려움이 영어에서 처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영어를 배운 기간이 짧거나 노출이 적었다면 난독이 아닐 가능성이 커요.
"파닉스를 5년 넘게 했는데 아직도 단어를 못 읽어요.", "학원이랑 과외를 해도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지난해 라라언어클리닉 상담 기록에 가장 많이 적힌 내용이에요.
2025년 한 해 저희가 받은 문의 중 26%가 영어 읽기 문제였습니다.

어떤 아이들이 영어 읽기로 찾아오나요?
- 한글 난독 진단을 받고 중재 후 금방 좋아져서 영어는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영어에서 더 심한 경우
- 한글 습득이 조금 어렵긴 했어도 난독까지는 느끼지 못했는데, 영어에서 유독 읽기가 어려운 경우
부모님들은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첫 상담 전에 발달문항표 작성을 부탁드려요. 모아 읽어 보면 표현이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 "영어학원을 3년 다녀도 늘지 않아요."
- "b와 d, i와 j를 계속 헷갈려요."
- "알파벳을 거꾸로 뒤집어 써요."
- "스펠링을 외워도 다음 날 까먹어요."
- "소리 나는 대로 써요."
- "모르는 단어는 아는 단어로 바꿔 읽어요."
가장 많이 반복된 문장은 이것이에요. "듣기랑 말하기는 잘하는데 읽기랑 쓰기만 안 돼요." 이 조합이 반복된다면 한 번쯤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한글은 됐는데 왜 영어에서 막힐까요?
이유 1. 글자와 소리의 대응이 불규칙해요.
한글은 글자와 소리가 거의 규칙적으로 맞아떨어집니다. 'ㄱ'은 언제나 같은 소리를 내지요.
영어는 달라요. cat, cake, car를 읽어 보세요.
같은 a가 모두 다르게 소리 납니다.
읽기 연구에서는 이 차이를 문자 체계의 투명도라고 불러요. Ziegler와 Goswami(2005)는 철자와 소리의 대응이 불규칙한 언어일수록 난독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한글에서는 통글자 암기로 버텨 온 아이가 영어에서 처음 막히는 경우가 많아요. 없던 문제가 새로 생겼다기보다, 가려져 있던 것이 드러난 쪽에 가깝습니다.
이유 2. 음절의 경계가 눈에 보이지 않아요.
한글은 자음, 모음, 받침이 한 칸에 모여 1음절이 됩니다. 칸 공책에 쓰면 1음절이 눈으로도 분명하게 보여요.
영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 black: 철자는 5개. 한국어로는 '블랙' 2음절로 읽지만, 모음은 a 하나라서 1음절이에요. 한글 공책에 비유하면 한 칸에 black이 다 들어가야 합니다.
- banana: 철자는 6개, 모음이 3개라서 3음절이에요.
- sea, coat: 철자 2개가 모여 모음 하나를 만들기도 해요.
몇 음절로 읽어야 하는지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으니 읽기의 난이도가 더 올라갑니다.
난독은 지능의 문제인가요?
아니에요. 발달문항표에는 이런 문장이 자주 있습니다.
"웩슬러는 정상인데 읽기만 안 돼요.", "언어지능이 최상위인데 못 읽어요."
Ferrer 등(2010)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난독이 있는 아이의 경우 읽기 능력과 지능이 시간이 지나며 서로 분리되어 간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똑똑한데 안 읽히는 상태.
그것이 난독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ADHD가 함께 있으면 어떻게 다른가요?
ADHD 진단을 함께 받은 아이도 많았어요. ADHD가 있는 아이의 약 30%에게 난독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전형적인 난독과 조금 다른 모습이 나타나기도 해요.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하거나 과제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지요.
그러면 난독 수업과 함께 말하기·듣기 수업을 병행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말하기와 듣기는 학습의 기본이 되는 능력이니까요.
실제 사례: 영어 단어를 '모양'으로 외우던 레아
초등 3학년 레아는 영어 듣기 문제는 곧잘 맞혔어요. 그런데 세 글자 단어를 소리 내어 읽을 때 b, d, p, q를 모두 헷갈려 했습니다.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하고, 파닉스 교재는 이미 3번 돌린 상태였어요.
그림 없이 글자만 있는 단어를 보여 주니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단어로 읽었습니다.
- cat → can
- blam(가짜 단어) → black
- pig → big
확인해 보니 레아는 영어 단어를 한자처럼 인식하고 있었어요. 영어는 한글처럼 글자가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문자입니다.
cat은 c, a, t의 소리를 차례로 합쳐서 읽지요. 한자는 山이라는 글자 하나가 '산'이라는 의미 단위를 나타내는 표어문자예요.
레아는 영어 단어를 읽지 않고 모양으로 기억했던 겁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런 경우는 난독이 아닐 수 있어요
- 영어를 배운 기간이 1년이 안 된 경우
- 영어 노출량 자체가 적었던 경우
-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아예 시도를 안 해 본 경우
반대로 충분히 오래, 여러 방법으로 가르쳤는데도 늘 같은 자리에서 멈춘다면 점검해 볼 시점입니다.
영어 난독 수업을 하는 언어치료사가 많지 않아서 라라언어클리닉으로 오시는 분이 많아요. 지방이나 해외에 계셔도 온라인 언어치료로 평가와 수업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영어 난독 평가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는지는 이어지는 글 "영어 난독 평가에서는 무엇을 보나요?"에 정리해 두었어요.
감사합니다. 라라였습니다.
글쓴이 조연주(라라) · 1급 언어재활사, ICDL DIR플로어타임 Expert 트레이닝 리더 · 라라언어클리닉
참고문헌
- Ziegler, J. C., & Goswami, U. (2005). Reading acquisition, developmental dyslexia, and skilled reading across languages: A psycholinguistic grain size theory. Psychological Bulletin, 131(1), 3–29.
- Ferrer, E., Shaywitz, B. A., Holahan, J. M., Marchione, K., & Shaywitz, S. E. (2010). Uncoupling of reading and IQ over time: Empirical evidence for a definition of dyslexia. Psychological Science, 21(1), 9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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