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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매일 읽어주는데 왜 말이 안 늘까요? 권수보다 '주고받기'가 먼저예요

라라언어클리닉2026-09-15

안녕하세요. 온라인 언어치료하는 라라입니다. 그리고 25개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하지요.

몇 권을 읽었는지보다 몇 마디를 주고받았는지가 먼저예요. 같은 책을 같은 시간 읽어도, 아이가 말할 틈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오늘도 그림책 3권을 읽어 줬습니다. 아이는 얌전히 듣기만 해요.

다 읽고 나면 "또!" 한마디뿐입니다.

매일 읽어주는데 왜 허전할까요?

책이 좋다는 말은 어디에나 있어요. 그래서 매일 밤 읽어 주고, 전집도 들이고, 도서관도 다닙니다.

그런데 어딘가 허전해요.

  • 아이는 조용히 듣기만 해요.
  • 책장은 아이 손이 아니라 엄마 손에서만 넘어가요.
  • "이게 뭐야?" 하고 물으면 대답 대신 다음 장을 가리켜요.

읽은 권수는 쌓이는데 아이 문장은 그대로인 것 같지요. 그래서 "책은 소용없다"는 말도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연구가 말하는 지점은 조금 다른 곳에 있어요.

책이 문제일까요, 읽는 방식이 문제일까요?

2세 안팎 아이들의 가정에서 읽어 주는 방식만 바꿔 본 연구가 있어요(Whitehurst et al., 1988).

책도 그대로, 시간도 그대로 두고 부모의 말만 바꿨습니다.

  • 줄줄 읽어 내려가는 것을 줄였어요.
  • "어떻게 될까?" 같은 열린 질문을 늘렸어요.
  • 아이가 답하면 그 말에 한 마디를 얹어 되돌려줬어요.

딱 1개월 뒤, 이렇게 읽은 아이들은 표현하는 말에서 앞서 있었고 문장도 더 길었습니다.

말은 들은 만큼이 아니라 주고받은 만큼 자라는 면이 있어요. 듣기만 하는 자리에서는 아이 입이 열릴 차례가 없습니다.

그럼 질문을 많이 하면 되나요?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겨요. 열린 질문이 좋다고 하니 질문을 자꾸 던지게 되는 겁니다.

질문이 쌓이면 책 읽기가 시험처럼 변해요. 아이 입은 오히려 닫힙니다.

핵심은 질문의 개수가 아니에요. 아이에게 말할 차례를 건네주는 것입니다.

  • 한 번 묻고
  • 기다리고
  • 아이가 무슨 말이든 하면 받아 주기

이 흐름이면 충분해요.

그리고 아이가 답하려면, 아이가 할 수 있는 말을 어른이 먼저 들려줘야 합니다. 지금 아이 입에서 나올 만한 쉬운 말로요.

책에 쓰인 글자를 그대로 다 읽어야 하나요?

그렇지 않아요. 문장이 길고 어려우면 아이 수준에 맞게 쉽게 바꿔 읽어도 좋습니다.

저도 수업 시간에 동화책을 정말 자주 써요. 정해진 글을 그대로 읽기보다 아이가 즐거워하는 소리를 곳곳에 넣습니다.

쿵쿵, 첨벙첨벙, 부릉부릉.

이런 소리는 아이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이에요. 그래서 따라 말할 틈이 쉽게 생깁니다.

제 아이에게 읽어 줄 때도 마찬가지예요.

  • 어려운 어휘는 빼고 더 쉬운 단어로 바꿔요.
  • 중간에 아이 이름을 등장시키기도 해요.

똑같이 읽어 내려가는 것보다, 아이에게 맞게 고쳐서 즐겁게 읽는 쪽을 추천합니다.

오늘 밤, 읽으면서 살펴볼 4가지

  • 읽는 동안 아이가 말할 틈이 있나요?
  • 질문만 쏟아지고 있지는 않나요?
  • 아이가 한 말에 한 마디를 얹어 주나요?
  • 끝까지 읽는 데만 집중하고 있나요?

읽어 주는 방법도 배울 수 있나요?

배울 수 있어요. 국내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송은·임동선(2018)은 어휘가 늦은 아이의 부모들에게 이야기책 읽기 방법을 가르쳤어요. 교육이 끝난 뒤 부모들의 말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 아이 말을 기다리는 말
  • 아이 말을 따라 하는 말
  • 아이 말을 넓혀 주는 말

이 3가지가 늘었어요. 읽어 주기는 타고난 기술이 아니라 배워서 느는 기술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이 논문은 제 대학원 연구실에서 진행됐어요. 결과만이 아니라 연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때는 제게 아이가 없었어요. 지금 아이를 키우며 그 읽기 방법들을 하나씩 써 보니, 차이가 정말 크다는 것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실제 사례: 매일 3권씩 듣기만 하던 레오

부모교육에서 만난 레오의 이야기예요.

레오는 책 읽어 주는 시간을 좋아해서 매일 밤 3권씩 들고 왔어요. 그런데 늘 듣기만 했습니다. 물으면 고개만 끄덕이고 빨리 넘기라고 손짓했지요.

그래서 방법을 바꿨어요.

1. 3권을 1권으로 줄이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갔어요.

2. 글이 길고 어려운 장은 레오 수준으로 바꿔 읽었어요.

"강아지가 공원에서 신나게 달려요" 대신 "멍멍이가 슝! 달리네"로요.

3. 강아지 그림이 나오면 읽기를 멈추고 기다렸어요.

레오가 "멍멍이"라고 하면 "맞아, 멍멍이가 달려가네" 하고 한 마디만 얹어 주었습니다.

4. 말없이 그림만 가리키는 날에는 가리킨 것을 말로 바꿔 주었어요.

"아, 버스! 부릉부릉."

1권을 다 못 읽는 날도 있었지만 그대로 두었습니다.

2개월쯤 지나자 레오가 먼저 그림을 가리키며 "엄마, 이거 봐" 하고 말을 걸었어요.

책장이 느려진 만큼 말이 오가기 시작한 겁니다.

내일 밤에는 딱 한 장면만 해 보세요

  • 아이가 좋아하는 장면 하나를 골라 읽기를 멈춰요.
  • 아이 입이 열릴 때까지 속으로 5를 세요.
  • 아이가 무슨 말이든 하면 그 말에 한 마디만 얹어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말이 늘지 않는다면요?

책을 읽어 줘도 말이 늘지 않는 이유는 아이마다 달라요.

  • 발달 속도일 수 있어요.
  • 기질일 수 있어요.
  • 말할 틈이 없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다만 책 밖의 일상 대화에서도 주고받기가 계속 어렵다면, 말 발달 전반을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라라언어클리닉은 온라인 언어치료와 온라인 부모교육으로 아이와 주고받는 방법을 함께 찾고 있어요. 우리 아이의 말이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라라였습니다.

글쓴이 조연주(라라) · 1급 언어재활사, ICDL DIR플로어타임 Expert 트레이닝 리더 · 라라언어클리닉

참고문헌

  • Whitehurst, G. J., Falco, F. L., Lonigan, C. J., Fischel, J. E., DeBaryshe, B. D., Valdez-Menchaca, M. C., & Caulfield, M. (1988). Accelerating language development through picture book reading. Developmental Psychology, 24(4), 552–559.
  • 송은, 임동선 (2018). 부모교육을 통한 이야기책 읽기 중재가 어휘발달지연 아동과 부모의 상호작용 및 발화에 미치는 영향. 특수교육, 17(2),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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