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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했어?"에 "몰라"만 하는 아이, 말수가 적은 걸까요?

라라언어클리닉2026-09-15

안녕하세요. 온라인 언어치료하는 라라입니다.

학교에서 뭐 했냐는 질문에 "몰라", "기억 안 나"로 끝나는 것은 말수나 성의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아요. 겪은 일을 순서대로 엮어 말하는 '이야기 능력'이 아직 자라는 중이고, "오늘 뭐 했어?"라는 질문이 너무 넓기 때문입니다.

질문의 범위를 좁히면 같은 아이에게서 다른 대답이 나와요.

한 어머님의 질문에 답해 드리다가,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라 글로 차근차근 정리해 둡니다.

어떤 모습일 때 해당하나요?

  • "오늘 뭐 했어?" "몰라." "재밌었어?" "응."으로 대화가 끝나요.
  • 분명 할 말이 많았던 하루인데 "그냥 놀았어" 한마디예요.
  • 어렵게 이야기를 시작해도 중간부터 시작해요. 누가 나왔는지, 왜 그랬는지가 빠지고 결말만 툭 나옵니다.
  • "그래서 누가 그랬다고?" 하고 되물으면 아이는 답답해하다 입을 닫아요. 매번 스무고개를 하는 느낌이지요.
  • 일기도 "재밌었다"로 끝나는 문장 몇 줄을 쓰다 연필이 멈춥니다.

말이 늦은 아이도 아닌데 왜 이럴까 싶으실 거예요. 말하기가 이렇다면 쓰기도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야기 능력이란 무엇인가요?

겪은 일을 말로 풀어내는 힘을 '이야기 능력'이라고 불러요. 누가 나왔고,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됐는지를 순서대로 엮어 내는 힘입니다.

어휘력도 중요한 요소지만, 이야기 능력은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는 다른 능력이에요. 그래서 어휘력도 좋고 말도 잘하는데 경험 이야기는 잘 못하는 아이가 있는 것이지요.

국내 연구에서는 몇 학년쯤 이야기가 자리 잡는다고 하나요?

초등 1·2·3학년 아동 30명에게 그림책 이야기를 들려준 뒤 다시 말해 보게 한 연구가 있어요(권유진·배소영, 2006).

  • 되살린 이야기 내용: 1학년 37%, 2학년 47%, 3학년 65%. 학년이 오를수록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 커졌어요.
  • '그래서', '그런데' 같은 이어 주는 말을 맞지 않게 쓴 비율: 1학년 47%, 3학년 21%.
  • 인물의 마음을 담은 '반응' 부분: 1·2학년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3학년도 아주 적었어요.

이야기가 뒤엉켜 들리는 것은 아이가 성의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사건을 잇는 말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입니다.

저학년 아이의 이야기에 기분이 잘 안 들어가는 것도 흔한 일이지요.

질문에 따라 아이의 대답이 정말 달라지나요?

달라져요. 초등 1·3·5학년 아동 48명에게 그림을 주고 이야기를 꾸미게 한 연구가 있습니다(김정미·황성은·김효선, 2018).

한 장짜리 그림을 줬을 때보다 장면이 이어지는 그림을 줬을 때 이야기 구성 점수가 훨씬 높았어요. 1학년은 9.9점에서 13.6점으로 올라갔습니다.

이 연구에서도 왜 그랬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같은 마음 부분은 눈에 띄게 낮았어요.

같은 아이인데 점수가 달라진 거지요. 아이의 능력이 바뀐 것이 아니고 질문이 바뀐 겁니다.

"오늘 뭐 했어?"는 커다란 한 장짜리 그림이에요. 매일 비슷한 일과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 아주 좋았거나 싫었던 일을 골라 말하라는 엄청난 질문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알 수 없으니 "몰라"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집에서 확인해 볼 4가지

  • 누가 나왔는지 말하나요?
  • 무슨 일이 먼저 있었는지 말하나요?
  • '그래서'를 자리에 맞게 쓰나요?
  • 마음이나 기분을 1번은 말하나요?

질문을 어떻게 바꾸면 되나요?

1. 하루 전체가 아니라 시간을 좁혀서 물어보세요. "오늘 뭐 했어?" 대신 "급식 먹고 나서 뭐 했어?"처럼 특정 시간을 잡아 줍니다.

2. 한 번에 한 칸씩만 이어 가세요. "누구랑 갔어?", "그다음엔 뭐 했어?" 한꺼번에 다 묻지 않아요.

3. 마지막에 기분을 1번만 물어 주세요. "그때 기분은 어땠어?" 이 한 줄이 아이 이야기에 마음을 넣는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4. 익숙해지면 시각 자료를 주세요. 그 시간을 대표하는 그림이나 사진이 있으면 아무 단서가 없을 때보다 부담 없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짧은 시간 안의 경험부터 이야기하고, 천천히 범위를 늘려 가면 됩니다.

실제 수업 사례: 레아의 저녁 이야기

레아는 마음이 먼저 크게 움직이는 아이예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순서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말은 하고 싶은데 뒤죽박죽 엉킨다고 스스로 표현했지요. 그래서 "오늘 어땠어?" 하고 물으면 "몰라", "기억이 안 나."가 돌아왔어요.

어머님께 질문을 바꿔 보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급식 먹고 나서 운동장 갔어, 교실에 있었어?" 레아가 "운동장" 하고 답했어요. 거기서 한 칸씩 이어 갔습니다.

"누구랑 갔어?", "그다음엔 뭐 했어?", "그때 기분은 어땠어?"

저녁 먹는 동안 2~3번, 짧게 주고받은 것이 전부였어요. 매일 반복했지요.

며칠 뒤 레아가 먼저 말했습니다.

"오늘 미나랑 그네 탔는데 줄이 길어서 좀 속상했어."

순서와 마음이 함께 들어간 짧은 이야기였어요.

언제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할까요?

3학년이 지나도 이야기가 자주 뒤엉키거나 되묻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야기 구성 능력을 한 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요.

라라언어클리닉에서는 학령기 아이의 이야기 능력과 화용 언어를 온라인 언어치료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늘 뭐 했어?"는 난이도가 높은 질문이에요.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가 묻는 방식이 바뀔 때 함께 자랄 수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라라였습니다.

글쓴이 조연주(라라) · 1급 언어재활사, ICDL DIR플로어타임 Expert 트레이닝 리더 · 라라언어클리닉

참고문헌

  • 권유진, 배소영 (2006). 이야기 다시말하기 과제를 통한 초등 저학년 아동의 이야기능력. 언어청각장애연구, 11(2), 72–89.
  • 김정미, 황성은, 김효선 (2018). 이야기 유도 과제에 따른 학령기 일반아동의 이야기 대형구조 특성. Communication Sciences & Disorders, 23(2), 25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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