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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 아이는 왜 "오늘 뭐 했어?"에 대답하기 어려울까요?

라라언어클리닉2026-09-16

안녕하세요. 온라인 언어치료하는 라라입니다.

"오늘 뭐 했어?"는 짧지만, 답하려면 아주 많은 것을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질문이에요. 자폐스펙트럼 아이가 "몰라"라고 하거나 대답을 못 하는 것은 하루를 기억하지 못해서라기보다, 이 질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말 겉에 드러나 있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9월, 자폐스펙트럼 당사자인 대학생과 함께 특강을 열었어요. 그 자리에서 당사자가 "이 질문은 이치에 맞지 않는 질문이다!"라고 말했던 것이 바로 "오늘 뭐 했어?"였지요.

부모님들이 "그동안 아이에 대해 잘 몰랐어요."라고 하셨던 시간이기도 해서, 그 내용을 정리해 둡니다.

"오늘 뭐 했어?"는 실제로 무엇을 묻는 질문인가요?

이 질문은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하라는 뜻이 아니지요. 여섯 글자를 풀어 쓰면 이렇게 됩니다.

  •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경험을 고르고
  • 그 경험이 좋았는지 안 좋았는지 판단하고
  • 그 밖에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는지 찾고
  •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경험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이 가운데 어느 것도 말 겉에는 나와 있지 않아요. 듣는 사람이 알아서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냥 잘 이해하잖아요." 맞아요. 많은 상호작용 속에서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익히게 되지요.

그런데 말이 늦었거나 상호작용 경험이 적었던 아이, 사회성 발달이 더뎌서 그런 기회가 적었던 아이에게는 겪어 본 적이 드문 상황입니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인에게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질문이에요.

연구에서는 어떻게 말하나요?

자폐스펙트럼 아동이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로 꺼낼 때, 또래보다 적은 정보를 말하고 듣는 사람이 궁금해할 부분을 채워 넣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돼요(Goldman, 2008).

언어치료에서는 이것을 화용 언어, 그중에서도 개인 경험 이야기(personal narrative)의 어려움으로 봅니다. 상황 속에서 배웠어야 하는 것을 겪을 기회가 적었으니,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요.

그래도 부모님은 매일 이 질문을 하세요. 아이가 오늘 누구와 있었는지,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알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까요.

당연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꿔 보는 겁니다.

질문을 어떻게 바꾸면 되나요?

1.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오늘 급식 메뉴 뭐였어?", "오늘 제일 어려웠던 공부가 뭐야?", "오늘 블록 가지고 놀았어?"처럼 답의 범위가 눈에 보이는 질문이 좋아요. 그러려면 부모가 아이의 하루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지요.

그게 어렵다면 선택지를 2개만 주셔도 됩니다. "오늘 체육이 재미있었어, 아니면 미술이 재미있었어?" 고르는 일은 떠올려서 만드는 일보다 훨씬 수월해요.

2. 부모가 먼저 자기 이야기를 하세요.

겉뜻과 속뜻이 다른 질문은 설명을 듣는다고 익혀지지 않고, 그런 대화를 많이 겪으면서 익혀집니다. 그런데 보통은 질문만 오가고 어른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

아이는 본보기를 본 적이 없는 거지요. 그러니 부모가 모델링이 되어 주면 됩니다.

"오늘 엄마는 점심을 못 먹었어. 일이 진짜 많았거든. 오후에 배가 너무 고파서 엄청 짜증이 났어."

이렇게 먼저 꺼내 놓으면 점심시간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아이가 잘 안 듣는다고 하실 수 있어요.

잘 듣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작디작은 대화를 한다는 것, 소소하게 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이 정도로 목표를 작게 잡아 주세요.

3. 눈에 보이는 단서를 주세요.

귀로 듣고 답하는 것이 어렵다면 시간표, 급식 식단표, 알림장 한 줄이면 충분해요.

"오늘 수학 있었네! 우리 레아 수학 좋아하잖아. 수학 재미있었어?" 단서가 앞에 있으면 아이는 기억을 뒤지지 않아도 됩니다.

자폐스펙트럼 당사자는 무엇을 강조했나요?

특강에서 당사자 대학생이 강조한 것은 2가지였어요.

하교 후에는 충분한 휴식이 먼저입니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여러 감각과 싸우며 버티다가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질문을 쏟아붓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쉬고 난 다음에야 이야기가 나와요.

"상동언어는 하지 말라면서, 왜 부모님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나요?" 너무나도 맞는 말이지요. 저도 듣고 뜨끔했답니다.

질문을 듣고 답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답이 안 나온다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보다 오래 기다려 주세요.

적어도 속으로 10까지 세어 주세요. 한참이 지나도 답이 없을 때 질문을 들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괜찮습니다.

아이에게는 이 질문을 어떻게 설명해 주나요?

"오늘 뭐 했어?"에는 앞에서 풀어 쓴 것보다 더 중요한, 진짜 숨은 의도가 있어요. 언어치료 시간에 저는 이 부분을 꼭 이야기해 줍니다.

"'오늘 뭐 했어?'는 너에 대한 관심이야. 너랑 이야기하고 싶고, 네 하루가 궁금하다는 뜻이야. 그래서 오늘 중에 기억에 남는 걸 하나 나눠 달라는 부탁이지. 네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은 그 마음이랑 똑같아."

이렇게 설명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잘 알아듣는답니다.

이걸 모르는 게 이상한 걸까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중에는 겉뜻과 속뜻이 다른 것이 참 많아요.

  • "오늘 날씨 좋다!"는 인사이고
  • "어떻게 오셨어요?"는 누구를 왜 찾아왔는지 묻는 말이고
  • "밥은 먹었어?"는 안부입니다

나라마다 이런 인사는 다 달라요. 결국 우리끼리 정한 문화일 뿐이지요.

신경다양인보다 신경전형인 인구가 더 많아서 그쪽 방식이 기준처럼 쓰이는 것이고요. 그러니 "이걸 왜 모를까"보다, 말에 숨은 뜻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닐까요?

내일 바로 해 볼 것

내일 하교 후 첫 30분 동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간식과 쉬는 시간만 주세요. 그다음 식단표를 함께 보면서 "오늘 카레였네, 카레 맛있었어?" 딱 한 가지만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 묻기 전에, 아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지 아이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아이의 말이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라라언어클리닉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라라언어클리닉은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화용 언어와 사회적 의사소통을 온라인 언어치료와 오프라인 수업으로 함께 다루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라라였습니다.

글쓴이 조연주(라라) · 1급 언어재활사, ICDL DIR플로어타임 Expert 트레이닝 리더 · 라라언어클리닉

참고문헌

  • Goldman, S. (2008). Brief report: Narratives of personal events in children with autism and developmental language disorders: Unshared memories.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38(10), 1982–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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